23' 33"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실사촬영 + 디지털 컷아웃​​​​​
<작업노트>
<페루자>는 저희가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소녀 '페루자'와의 여행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입니다. 
당시 16살이었던 페루자는, 인터넷은 커녕 주소도 없는 사막의 오지마을에서 힘든 숙소일을 하면서도 TV만으로 한국말을 깨우친 놀라운 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그녀의 재능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갔지만, 점차 페루자의 순수한 모습과 맑은 느낌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배우 이민호를 좋아하고 K-pop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 여느 10대 소녀 같다가도, 진지한 대화를 하다 보면 저희보다도 어른스럽다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하고 꿈 많은 페루자가 조만간 학업을 접고 결혼을 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페루자의 친아빠의 부족 전통 때문이었습니다. 저희는 그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다행히 페루자와 페루자의 엄마는 저희와 같은 생각이었고, 우리는 함께 페루자가 결혼을 피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한 방법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로 가서 한국과 관련된 기관과 회사를 돌아다니며 페루자의 재능을 알리고 일자리를 구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저희는 실제로 페루자와 함께 2주간 아디스아바바를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2주간의 여행에 대한 기록입니다.
여행을 통해 수 많은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의미있는 경험들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했던 것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새아빠가 페루의 진학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언제 친아빠가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에티오피아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페루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페루자가 알아서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고싶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저희는 일단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기로 했는데, 그것은 그녀와의 여행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그녀를 다시 못보게 되더라도, 그 시간들을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또한, 페루자라는 아이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진다면, 분명 그녀를 도와주거나 응원해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혹시라도 이 작품이 영화제에 초청된다면 페루자가 여배우의 자격으로 꿈에 그리던 한국에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책없고 막연한 바람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상의 퀄리티가 그다지 높지도 않은데다가, 중간중간 내용상 꼭 필요하지만 촬영되지 않은 장면들이 많기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애니메이션만으로는 여행의 현장감과 기분, 무엇보다 '페루자'라는 사람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40%정도 비율로 실사영상을 첨가하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인포그래픽에 많이 쓰이는 벡터이미지 느낌으로 제작하여 명료하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에티오피아 특유의 색감과 문양들을 많이 참고하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저희는 페루자를 더욱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같은 내용으로 웹툰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웹툰은 영상에는 나오지 않는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겨있습니다.
(다만 웹툰은 제작사의 요청으로 약간의 MSG가 첨가되어있기는 합니다...)
페루자 웹툰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작품을 만들면서 했던 그 막연한 바람이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저희가 만든 작품이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 선정되었고, 페루자에게 영화제 공식 초청장이 보내졌습니다. 페루자는 그동안 다행히 결혼하지 않고 쭉 학업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2017년 9월, 페루자는 드디어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보고싶고, 하고싶었던 많은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것은 단지 한국에 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싶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다지고자 번지점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좋은 추억들을 남기고 페루자는 돌아갔고, 다시 평소의 삶으로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놀라운 일이 한번 더 벌어졌습니다. '베리어프리영화제'에서 '페루자' 베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면서 영화제 참석차 다시 한번 그녀를 한국에 초청하기로 한 것입니다.결국 2018년 11월, 페루자의 두번째 한국 방문이 이루어집니다.
지난 방문때는 에티오피아에서 저희와 함께 여행했던 NGO사업가 드웨인이 페루자의 첫 여행길에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2018년에는 페루자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고 혼자서 한국에 왔습니다.
두번째 한국방문 때는 영화제 측에서 주선해주신 연합뉴스 기자분과의 인터뷰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면서 각종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KBS 본사에 가서 9시뉴스에 출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KBS는 그녀가 위성방송으로 한국말을 배운 방송국이기 때문입니다. 
세간의 주목을 받자 각종 후원문의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페루자는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며 모두 마음만 받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연락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_ _)
이후 에티오피아로 돌아간 페루자는 대학에 진학하였고, LG전자의 제안으로 방학때 인턴근무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LG 영상팀에 근무하는 저희 친구의 부탁으로 페루자가 LG전자의 에티오피아 사업 홍보영상에 카메오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올해(2021년) 드디어 졸업을 합니다. 
그간 한국의 학교에서 장학생 제안이 오기도 했고, 한국 회사에서 채용하겠다는 연락도 있었지만, 페루자는 자신의 나라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더 찾아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음에 또 한국을 방문한다면, 그 때는  누군가의 초청이나 도움이 아닌 본인의 의지와 힘으로 직접 한국에 오고 싶다고 합니다. 그 날이 온다면 저희도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페루자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미국 대사간 주최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한 페루자>

저희는 지금도 종종 페루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고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와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페루자에 관한 또 다른 소식이 있다면 이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블로그,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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