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4"
VR 설치
VR영상 + 애니메이션 + 설치물(목재)
<작업노트>
2018년 5월 18일부터 8월 12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했던 VR 영상설치 작업물 입니다. 
작품의 구조는 잠수함 창문 모양의 원형 목재 프레임에 애니메이션이 투사되고, 잠망경 모양의 목재 설치물 안에 VR영상작업물이 플레이되는 형태입니다. 관람객은 마치 잠수함 내부에 있는 것 처럼, 원형 창문으로 물 속을 보고 잠망경을 통해 물 밖을 관찰하는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소설가 쥘 베른이 1896년에 발표한 SF소설 '해저 2만리'를 바탕으로 여러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작품으로 만드는 일민미술관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해저 2만리' 속 네모선장은 인류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바다 속을 개척하는 위대한 탐험가지만, 동시에 심해에 숨어사는 '아무것도 아닌 자' 입니다. (이는 라틴어로 'NEMO'의 뜻과 같습니다)
그가 모든 것을 얻고 누리는 바다에는,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가지-'공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기를 얻기 위해 잠수함이 수면으로 떠오를때면, 이따금 그가 떠나온 세상과 충돌하고 번뇌는 무한히 반복됩니다. 
수면과 심해를, 환희와 번뇌를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저희는 꿈의 세계와 현실의 삶, 창작의 기쁨과 고통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잠수함의 창과 잠망경이라는 두개의 채널을 통해서 저희가 예술가로서 살며 느끼는 삶의 모순과 고민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온전히 알고, 받아들이고,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동그란 창문 너머 보이는 물 속 공간은 주인공이 집을 짓고 머물고 싶은 공간입니다.
주인공은 수면에서 공기를 잔뜩 머금고 내려와 땅에 숨을 불어넣으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물 속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숨을 오래 참고 고통을 견디려고 해도, 잔뜩 쪼그라든 몸으로 발버둥치며 탈출해야 하는 시간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주인공은 결국 물 밖 세상으로 나가 다시 숨을 쉴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스스로가 어느정도 회복되었다 싶으면 이내 다시 물 속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을 무한히 반복합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불필요한 위험을 무릅쓰며 의미없이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자발적 시지푸스 같아 보일 것도 같습니다. 사실 주인공 자신도 스스로를 종종 한심하게, 때로는 딱하게 바라보곤 합니다. 
하지만 그 삶을 멈추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누가 뭐래도 그 공간은 그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고, 그 일들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니까요. 
애니메이션은 드로잉 작화를 기반으로 'Adobe After Effects'에서 제작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길이는 총 3분44초 이지만 처음과 끝이 완전히 연결되는 루핑 영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별도로 제작되어 잠망경 설치물 안에서 재생되는 VR영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창문 앞에 놓여진 잠망경 형태의 구조물은 손잡이를 잡고 180도 돌릴 수 있습니다. 또한 가운데 렌즈를 통해 내부에 재생되는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잠망경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작업실이 보입니다. 잠망경을 돌리며 전체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작업실 한쪽에 놓인 침대에서 자다가 깜짝 놀라며 일어나서 무언가를 한 뒤 다시 자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그의 행동과 주변 상황은 잠수함 창문너머로 보이던 물 속 세계의 존재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 영상도 마찬가지로 런닝타임은 3분 44초이지만 처음과 끝이 이어지며 무한히 반복됩니다.
일민미술관 전시를 마친 뒤 덴마크 Viborg의 Old Viborg Museum에서 2019년 9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추가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잠망경의 운송료가 지나치게 많이 드는 까닭에 아쉽지만 애니메이션과 VR영상을 혼합해 재편집한 싱글채널 비디오로 전시에 참여하였습니다. 
새롭게 편집한 싱글채널비디오는 2019년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멕시코 후아레스에서 열린 PSF전시에서도 전시되었습니다. 
이 싱글채널 영상은 온라인 공개용으로도 새롭게 편집중에 있습니다. 완성이 된다면 소식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사실 잠망경은 이동과 설치가 굉장히 까다로워서 전시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망경이 있어야 저희가 의도한 바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으니 만큼, 언젠가 다시 한번 완전체 상태로 전시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 날을 기다리며 잠망경 구조물은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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